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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
author: "정성훈"
bibliography: References/08-02.b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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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자핀
클로자핀은 나중에 Norvatis 사에 흡수된 Wander AG 사가 1956년에 개발하였다.개발된 지 오래된 약물이지만, 우수한 효과와 낮은 추체외로 증후군 위험, 음성/인지 증상에 효과 등을 통해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의 원조가 되었다. 클로자핀의 성공 이후의 조현병 정신약물학은 클로자핀의 작용기전을 낱낱이 조사하여, 그 비밀을 밝히고자하는 시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nucifora2017]
클로자핀은 원래 이미프라민을 기초로, 보다 개량된 삼환계 항우울제를 개발하려던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졌다. 동물 모델에서 강직증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항정신병 약물로서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었으나, 연구진들의 설득으로 1962년대 독일에서 첫번째 임상 시험이 진행되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첫 임상 시험은 보기좋게 실패했다. 그러나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이루어진 후속 임상 시험은 긍정적 결과를 보였고, 1975년에 Leponex®라는 상품명으로 독일과 핀란드에서 출시되었다.[@hippius1999]
출시하자마자 핀란드에서 16명의 무과립구혈증 사례가 발생하였고, 이중 8명이 사망하였다. 핀란드에서 유달리 발생률이 높았던 것은 이 나라 국민의 독특한 유전적 배경때문으로 이해되었고, 잦은 혈액검사를 하는 조건으로 유럽에서는 계속 사용이 허가되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당시 클로자핀을 생산, 공급하던 Sandoz 사는 미국 시장에의 진출을 포기하였다.[@crilly2007]
하지만 미국 의사들은 암암리에 유럽에서 약을 구해와, 환자들에게 투여하곤 하였다. 의사들의 요청에 힘입어, 1988년에 Kane 등[@kane1988]이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임상 시험을 진행하였고, 클로르프로마진과의 비교를 통해 클로자핀은 압도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에 힘입어 미국 FDA는 2년 후인 1990년에 미국 내 사용을 허가하였다. 다만 클로자핀 투여 환자를 미리 등록하여 체계적으로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하였다. 2002년에는 조현병 및 조현정동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을 낮추는데에도 허가를 획득하였다.[@meltzer2003]
클로자핀이 어떤 기전으로 다른 약에 비해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D~2~ 수용체를 차단하기는 하나 다른 약물에 비해 훨씬 수용체 차단율이 낮으며, D~2~ 보다 오히려 D~4~에 더 강력하게 결합한다. 이외에도 5-HT~2A~를 비롯하여, 5-HT~1A, 2C, 2B, 6, 7~에 결합하며, 아세틸콜린과 아드레날린 수용체들에도 강력하게 결합한다.클로자핀의 독특함은 치료저항성 환자에 대한 효과뿐 아니라, 음성/인지 증상에 조금이나마 더 효과적이며, 추체외로 증상이 거의 없고, 기존에 지연성 운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운동 증상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들과,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미치는 역할을 대응시키는 것은 정신약물학자들의 숙원과제가 되어왔다.
[![](images/08-01/img_1.png)](클로자핀의%20수용체%20프로파일)
From Stahl (p217)
### 클로자핀에 적합한 환자들
클로자핀의 첫번째 적응증은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이다. 치료저항성으로 판정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항정신병 약물을 충분히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긍할만한 효과를 얻지 못했어야 한다. 따라서 많은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3차 전략으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는 클로자핀의 무과립구증 위험 때문일 뿐, 이론적으로 치료저항성 환자에게만 효과적일 이유는 없다. 즉 만약 무과립구증 문제만 해결된다면, 1차 치료제로도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추체외로 부작용에 민감하여 다른 약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나, 긴장성 조현병 환자, 지연성 운동장애 환자를 비롯한 기타 신경학적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사용되며, 비슷한 맥락에서 파킨슨병에 동반한 망상증, 치매 환자 및 섬망에도 사용할 수 있다. 자살 충동에 시달리거나 자살 위험이 높은 조현 스펙트럼 장애 환자, 난치성 기분 장애 환자에게 사용가능하며,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특히 지적 장애나 자폐 환자의 공격적, 충동적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서도 시도되고 있다.
### 클로자핀 모니터링 서비스
무과립구증의 위험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클로자핀을 투여하기 전에 미리 환자를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 결과를 검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백혈구 수치 그 중에서도 <s>절대 호중구 수치(ANC)</s>[^08-02-1]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무과립구증이 임박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 혈액검사에서 ANC가 임계값 밑으로 내려가면, 검사를 더 자주 한다던지 클로자핀을 일시적으로 끊어야 하며, 한번이라도 무과립구증이 발생했던 환자라면 클로자핀을 다시 투여해선 안 된다. <s>클로자핀 모니터링 서비스</s>[^08-02-2]은 의사를 보조하여, 이상 소견이 생겼을 때 의사에게 알려주며, 환자가 어떤 지역으로 옮기더라도 과거의 혈액 검사 수치를 의사가 열람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약물을 판매, 공급하는 제약사에서 각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s>REMS</s>[^08-02-3]라고 하여 국가에서 데이터베이스의 관리, 유지 및 모니터링을 관장하고 있다.[@bastiampillai2016]
[^08-02-1]: **절대 호중구 수치 (absolute neutrophil count, ANC)**: ANC는 \$\$ (%neutrophil + %bands) \\times (WBC count) \\div 100 \$\$으로 계산된다. 호중구(neutrophil)는 백혈구 중의 40\~70%를 차지한다. 호중구는 이물질을 먹어치우는 포식세포이며, 그 밖에도 과립에 포함된 성분을 분비하여 세균을 죽이는데 사용한다. 세균이나 진균이 침입한 조직에 가장 먼저 도착하여, 식균작용을 하는 가장 중요한 방어기전이다. 따라서 ANC는 신체의 전반적 면역상태를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08-02-2]: Clozaril® Patient Monitoring Service (CPMS)
[^08-02-3]: **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y (REMS)**: 미국에서 2015년에 운영을 시작했으나, COVID-19 사태에 직면하여 혈액검사 규정을 몇 차례 수정하는 등 진통을 겪었으며, 2021년 12월 부터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https://www.newclozapinerems.com>
### 클로자핀의 투여 방법
클로자핀은 반감기가 12시간 미만이어서, 하루 두번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진정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야간에 한번 투여할 수 있다. 그런데 클로자핀이 다른 약물과 다른 점은 용량적정 과정에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는 점이다. 처음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내약성이 상당히 낮은 편이며, 무과립구증을 제외하더라도 진정 작용, 기립성 저혈압, 항콜린 부작용, 침흘림, 발열 반응 등 상당히 많은 종류의 부작용이 투여 초기에 나타난다. 이 때문에 처음 클로자핀을 쓸 때는 보통 입원해서 하게 되며, 목표 용량까지 도달하는데 3\~4주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제품 설명서에는 첫날 12.5mg 1회 또는 2회로 투여를 시작하며, 큰 부작용이 없을 경우 2\~3일 마다 25\~50mg씩 증량하여, 2\~3주차에 300mg/day에 도달하도록 되어 있다. 제품 설명서 내용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초기 용량을 낮게 잡고, 천천히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진정 작용과 기립성 저혈압 때문이다. 어림잡아 첫 주가 지날 때 100mg 정도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후에는 좀더 빨리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투여 10\~15일 경에 발열 반응이 생기는 환자가 많아 이때 증량 속도를 줄이다보면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단 250\~350mg/day에 도달하면 일차 목표 용량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클로자핀의 대사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유효 용량이 아니라 유효 농도를 따진다. 최소한의 유효 농도는 250\~350ng/mL 언저리인데, 혈중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저 어림짐작을 할 수 밖에 없다. 첫번째 단계에서 기다려보아도 반응이 녹록치 않다면, 좀더 높은 농도를 바라볼 수 있다.
클로자핀을 충분히 쓴다는 것은 혈중 농도 350\~600ng/mL까지 써본다는 것이며, 치료 실패를 논할 때에는 최소 350ng/mL 이상의 농도를 8\~12주 이상 유지해본 다음에야 결정한다. 혈중 농도가 350\~600ng/mL가 될 정도로 올리려면 클로자핀 용량이 600\~900mg/day 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용량이 450mg/day를 넘어가면 경련의 위험성이 급증하며, 한국인 환자에게 600mg/day 이상을 투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헌에서는 900mg/day 이상의 공격적인 치료도 시도해보는 의사들이 있지만, <s>클로자핀 치료저항성 조현병</s>[^08-02-4] 환자가 따로 정해져 있어서 용량을 더 올린다 하더라도 별 소득이 없다고 여겨지고 있다. 다만 혈중 농도를 측정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환자의 약물대사특성때문에 용량을 높여도 혈중 농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08-02-4]: Clozapine resistant schizophrenia (CRS)
용량이 높아질 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경련발생의 위험이다. 일일 용량이 350mg/day를 넘어갈 때는 뇌파를 한번 측정해볼 필요가 있으며, 뇌파에서 <s>간질 의심파</s>[^08-02-5]가 나온다면 항경련제를 투여하면서 증량을 시도할 수 있다. 그 밖에 조심할 부분은 QTc 연장이다.
[^08-02-5]: 극서파 복합체(spike-and-wave complex)나, 극파(spikes)/예파(sharp wave) 등
이상의 적정 과정은 평균적인 상황이고, 환자의 충동적/공격적 행동이 심각하다면 좀더 신속한 증량을 시도할 수 있다. 이를 클로자핀의 신속 적정(rapid titration) 혹은 초신속 적정(ultra-rapid titr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다. 문헌에는 6시간마다 25\~50mg 씩 증량하여 나흘 만에 일차 목표인 350mg/day에 도달하는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aksoypoyraz2015]
###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
클로자핀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정기적인 혈중 농도 측정, 즉 <s>치료적 약물 모니터링</s>[^08-02-6]을 필요로 한다. 클로자핀은 주로 CYP1A2에 의해 간에서 대사되며 주된 대사 물질은 nor-clozapine이다. CYP1A2의 활성은 인종이나 민족을 비롯하여, 성별, 연령, 흡연, 병용 약물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클로자핀의 용량-농도 관계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혈중 농도가 150ng/mL 미만이라면 클로자핀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계적으로 혈중 농도가 적어도 250\~420ng/mL 정도는 되어야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으며, 클로자핀에 대한 치료저항성은 혈중 농도 350ng/mL 이상은 되어야 판정한다.
[^08-02-6]: Therapeutic Drug Monitoring (TDM)
한편 경련 발생의 위험은 혈중 농도에 비례한다. 경련 발작의 빈도는 300mg/day 이하에서 1%, 300\~600mg/day에서 2.7%, 600mg 이상에서는 4.4% 였다.[@devinsky1991; @varma2011] 통상적인 용량의 클로자핀에 반응을 하지 않을때는 고용량을 써볼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혈중 농도가 700\~1,000ng/mL 정도면 쓸데없이 경련 위험만 키우고 있는 것이며, 1,000ng/mL를 넘어가면 독성 상태로 보아야 한다. 한편 클로자핀 뿐 아니라 대사 물질인 nor-clozapine의 농도도 의미가 있다. Clozapine/nor-clozapine의 비(CLO/NCLO)는 CYP1A2의 활성 정도를 뜻하며, 대체로 1.19\~3.37 사이에 분포한다. 평소보다 이 값이 떨어져 있으면 최근에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았음을 뜻하며, 증가한다면 염증이나 발열때문일 수 있다.
### 부작용
클로자핀 투여를 시도하는 것은 부작용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무과립구증(ANC\<500/mL)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환자를 불편하게 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 무과립구증의 발생빈도는 연구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나, 최근 집계된 메타 분석에서는 발생률은 0.9%이었으며, 이로 인해 사망 사례 발생률은 0.013%이었다. 즉 무과립구증이 생겨도 치명률은 2.1%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이는 철저한 혈액학적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비율이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게을리할 수는 없다. 호중구 감소증(ANC\<1,500/mL)은 좀더 빈도가 높아 3.8% 정도이다.
임상지침에서는 호중구 감소증이 발생하면 바로 클로자핀을 끊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호중구 감소증이 무과립구증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확실하지 않다. 둘은 서로 별개의 상태라고 여겨지며, 사실 단순한 호중구 감소증이 클로자핀 때문에 생기는 지도 확실하지 않다.[@ingimarsson2016] 애초에 백혈구 수치의 기저치가 낮은 환자들은 쉽게 1,500mL의 기준 밑으로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무과립구증의 위험이 더 높은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s>양성 민족성 호중구 감소증</s>[^08-02-7]의 예외 규정을 마련하여 이들에게는 ANC\<1,000/mL의 기준을 적용한다.
[^08-02-7]: **양성 민족성 호중구 감소증 (Benign Ethnic Neutropenia, BEN)**: 주로 아랍이나 아프리카 출신의 민족 중에서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ANC가 1,500/mL 미만으로 측정되는 상태
그러나 임상현장에서는 빈도가 낮은 혈액학적 부작용보다는, 좀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반 부작용이 더 환자를 괴롭힌다. 여기에는 진정 작용, 기립성 저혈압, 빈맥, 야간의 침흘림과 요실금 그리고 장기간 사용 시 발생하는 체중 증가와 대사증후군이 포함된다. 특히 타 항정신병 약물과 차별화되는 침흘림과 야간 뇨실금은 환자가 클로자핀 투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주요 요인이며, 딱히 치료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주로 치료 초기에 나타나는 이상의 부작용들을 무사히 넘어서더라도, 또 다른 부작용들이 의사들의 신경을 쓰이게 만든다.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경련 발작이다. 경련으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클로자핀은 광범위한 뇌파의 변화를 초래하는데, 이러한 변화가 치료 효과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kang2001] 경련 위험때문에 많은 의사들은 고용량을 사용하기 전 뇌파를 점검하며, 미리 발프로에이트 등 항경련제를 병용 투여하기도 한다.[@varma2011] 그 밖에 주의할 부작용은 면역학적 부작용과 장폐색이다. 클로자핀 투여 중에 드물게 심근염(myocarditis), 심낭염(pericarditis), 췌장염 등이 발생하는데, 이들은 감염성 질환이라기보다는 면역체계의 항진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여겨진다.[@røge2012] 장폐색은 클로자핀의 항콜린 효과에 의한 만성 변비가 악화되어 생기는데,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부작용이기 때문에 극히 조심해야 한다.[@mckinnon2009]
클로자핀에 의한 체중 증가 및 대사성 증후군 발생은, 클로자핀뿐만 아니라 모든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의 공통점이다. 체중 증가량의 평균치로만 보면 약 3·01kg으로 크지 않게 보이지만, 이 수치는 정형, 비정형 약물을 통털어서 가장 큰 증가폭이다. 콜레스테롤 증가폭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거의 모든 대사성 지표에서 1,2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pillinger2020] 이런저런 이유로, 클로자핀을 사용하는 환자는 전혈검사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당, 지질, 간기능 등을 점검해야만 한다. 클로자핀을 위시한 비정형 약물의 도입 이후에, 정신과 의사가 각종 성인병에 대해 확고한 지식을 갖춰야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 리스페리돈과 팔리페리돈
### 개발 역사와 약물의 특성
제약사 Janssen은 할로페리돌과 피모자이드의 시장 진입에 힘입어 좀더 새로운 항정신병 약물을 개발하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암페타민 모델만으로는 D~2~ 차단제를 찾아내는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 소속 연구진은, LSD 모델에 눈을 돌렸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5-HT~2A~ 길항제를 전처치한 쥐에게 할로페리돌을 투여하면 강직증 발생이 훨씬 경감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에 LSD의 효과를 차단하는 약물을 찾기 시작했고, 지난한 과정[^08-02-8]끝에 1985년에 리스페리돈(risperidone)을 합성하는데 성공한다.[@colpaert2003] <br><br><br>
[^08-02-8]: 이 과정에서 합성된 또 다른 물질이 ritanserin이다. 5-HT~2A,2C~ 길항제로서 항정신병 효과는 약하였으나, 할로페리돌과 병용 투여했을 때 추체외로 증상 발생율을 현저히 줄였을 뿐 아니라, 음성 증상 및 불안 증상에 효과가 있었다. Ritanserin은 상품으로 출시되지는 못했지만, 리스페리돈이 개발되는 길목을 터주었다.
미국 FDA가 마지막으로 승인한 항정신병 약물은 록사핀으로 이 때가 1975년이었다. 이후 거의 20년만인 1994년에 리스페리돈의 사용이 승인되었고, 리스페리돈은 클로자핀의 뒤를 이어 사상 두번째의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이 되었다. 이후 봇물 터지듯 또 다른 비정형 약물들이 그 뒤를 따랐다.[^08-02-9]
[^08-02-9]: 올란자핀이 1996년, 서틴돌과 퀘티아핀이 1997년에 허가를 받았다.
리스페리돈은 benzisoxazole 유도체로서, LSD의 작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다. 5HT~2A~/D~2~ 친화도의 비율은 약 20 정도로, 5-HT~2A~ 친화도는 할로페리돌의 100배가 넘으며, 심지어 클로자핀보다도 20배 이상 크다. D~2~ 수용체 결합력이 꽤 높기 때문에, 고용량에서는 정형 약물 못지않게 추체외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α~1~, H~1~ 수용체에도 중등도의 친화력을 보여 여전히 기립성 저혈압 및 진정 작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리스페리돈의 권장 복용량은 2\~8mg/day이지만, 2\~4mg의 낮은 용량 범위에서만 비정형성을 보인다. 클로자핀은 워낙 다수용체 길항 약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비정형성을 나타내는지 오리무중이었으나, 리스페리돈은 훨씬 이해하기 수월하였다. Meltzer는 클로자핀의 작용기전을 연구하면서 높은 5-HT~2A~/D~2~ 결합비가 "비정형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하였다.[@meltzer1989] 요약하면 D~2~ 차단에 의해 저하된 도파민 활성의 일부를, 5-HT~2A~ 차단으로 다시 높여준다는 뜻이다. 흑질-선조체와 결절하저 경로, 그리고 중뇌변연계 경로는 도파민 활성 및 수용체의 감수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비정형 약물의 5-HT~2A~ 차단 효과는 중뇌변연계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흑질-선조체에서 낮아진 도파민 활성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6-3-4-1절) 리스페리돈은 소위 "Serotonin-dopamine antagonist hypothesis"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한 약물로 기대를 모았다.
### 사용 요령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올란자핀과 퀘티아핀이 다수용체 길항제로서 클로르프로마진의 뒤를 이었다면, 리스페리돈은 거의 순수한 5-HT~2A~/D~2~ 길항제로서 할로페리돌을 대체하였다. 출시 2년 만에 리스페리돈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항정신병 약제가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리스페리돈 도입 초기에 제약사는 첫날 2mg, 둘째날 4mg, 셋째날 6mg라는 공격적인 용량 적정 스케줄을 홍보하였다. 물론 그만큼 큰 부작용없이 증량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험이었겠지만, 실제 임상 경험이 쌓이면서 너무 조급한 증량은 환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 분명해졌다.[@luchins1998] 최대 용량까지 올리는데 적어도 1주일의 여유는 주어야 한다. 한편 오랫동안 리스페리돈의 목표 용량은 6mg였으나, 최근에는 4mg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nyberg1999] 이는 PET를 이용해 D~2~ 수용체 차단정도를 조사한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유효한 치료효과를 얻는데 필요한 D~2~ 차단 정도는 65\~80%인데[@farde1992], 리스페리돈 6mg/day를 투여하면 수용체 차단률이 쉽게 80% 이상으로 올라가 치료적 창(therapeutic window)을 벗어나버린다.[@kapur1999] 물론 개인의 대사 차이 때문에 8mg/day 이상 고용량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2480616), 사실 고용량은 부작용만 늘릴 뿐 별 이득이 없다.[@leucht2021]
용량을 강조하는 것은 리스페리돈 역시 다양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투여 초기에 어지러움 및 기립성 저혈압, 두통, 진정 작용이 강한 편이다. 결절하저 경로에 대한 차단효과가 크기 때문에 유독 프로락틴 혈증 가능성이 크며, 여성에서의 생리불순은 물론, 남성에서 여성형 유방 및 성기능 장애가 심하다.[@kearns2000] 용량이 높아지면 전형적인 추체외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좌불안석이 두드러진다.[@lay2012; @pringsheim2018] 클로자핀, 올란자핀 보다는 훨씬 덜한 편이지만, 장기 복용 시 체중 증가 및 대사증후군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 대사 과정과 팔리페리돈
리스페리돈은 경구 투여 후 빠르게 흡수되며 약 1시간 내에 최대 혈장 농도에 도달하고 생체 이용률은 약 70-85%이다. 주로 CYP2D6에 의해 대사되어 9-hydroxy-risperidone (9-OH-RSP)이 되는데, 이 대사물은 리스페리돈과 유사한 치료적 효과를 지니며, 향후에 **팔리페리돈(paliperidone)**이라는 신약으로 개발된다.[@fang1999] 이 두 물질을 합쳐 "active moiety"라고 하는데 9-OH-RSP는 결국 신장을 통해 배설된다. 이런 대사의 특징 때문에 CYP2D6로 대사되는 SSRI와 함께 사용되면 리스페리돈 농도가 높아지면서 추체외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spina2007]
Janssen 사는 2006년에 팔리페리돈을 삼투압 펌프가 내장된 특수한 정제에 넣은 제형을 개발하여 Invega®라는 상품명으로 출시한다. 팔리페리돈은 효능 면에서는 리스페리돈과 동일하지만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간에서의 대사 과정을 이미 거쳤기 때문에 간기능 저하 환자에게 자유롭게 쓸 수 있을 뿐더러, 고질적인 문제였던 약물 상호작용에서 자유롭다. 둘째, 리스페리돈에 비해 α~1~, α~2~ 수용체에 대한 친화도가 낮아 기립성 저혈압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corenamcleod2015] 셋째, Invega®은 삼투압 펌프 덕택에 오랜 시간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약효가 안정적이며, 리스페리돈과 달리 아침에 한번 투여하는 것으로 족하다.
### 장기지속형 주사제
할로페리돌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일찌감치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미래를 내다본 Janssen 사는, 유사한 성공 사례를 비정형 약물에서도 거두고자 많은 애를 썼다. 첫번째 시도는 2003년에 결실을 거두었다. 제약사는 리스페리돈을 microsphere에 부착하는 공법을 사용하여, 최초의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Risperdal Consta®를 출시한다. 기존의 정형 약물의 주사제는 지용성 약제를 지방산에 녹여 주사하였는데, 리스페리돈은 수용성이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특별한 공법이 필요하였다. Risperdal Consta®는 2주에 한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어서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이후 연이어진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의 단초를 놓았다.
한편 Invega®가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 의사들의 반응은 좀 의아해하는 편이었다. 의사들은 또 다른 "Me-too drug"이냐며, 그저 제약사가 특허권을 방어하기 위해 편법을 부린 것이라 여기기도 하였다.[@gahr2011] 그러나 제약사의 복안은 훨씬 더 먼데 있었다. Microsphere를 이용한 Risperdal Consta™는 기술적 한계때문에 주사 간격을 더 이상 줄이기 힘들었다. 이에 비해 팔리페리돈은 hydroxyl 기(OH-)가 있기 때문에 지방산에 결합시켜, 지용성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이에 팔리페리돈을 팔미틱산에 결합한 형태인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가 2009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Invega Sustenna™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되었다.
이후 개발의 역사는 계속해서 주사 기간을 계속 늘이는 과정이었다. 2015년에는 3개월에 한번 주사하는 Invega Trinza™가 출시되었고, 2021년에는 6개월에 한번 맞는 Invega Hafyera™가 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야말로 1년에 2번 주사를 맞으면 유지치료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 올란자핀
### 개발 역사와 약물의 특성
1988년에 미국에서 행해진 클로자핀 임상 시험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kane1988] 그러나 무과립구증의 위험과 혈액검사의 필요성 때문에,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클로자핀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당시 Eli Lilly 사의 연구자들은 혈액학적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클로자핀의 효과를 재현하는 약을 찾고 있었으며, 클로자핀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던 1990년에 올란자핀(olanzapine)이라는 화합물에 대해 특허를 신청한다. 1995년부터 96년 사이에 행해진 네건의 임상 시험[@baldwin1995; @beasley1996; @beasleyolanzapine_1996; @tollefson1997]은 모두 성공적이었으며, 1997년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Zyprexa®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되었다.
올란자핀은 thiobenzodiazepine 유도체로 클로자핀과 화학적 구조가 매후 흡사하다. 그래서인지 수용체 결합 프로파일도 클로자핀과 유사한 편이다. 화학구조 상의 차이는 매우 미미한데 왜 혈액학적 부작용이 없는 지는 아직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체중 증가나 대사증후군 위험은 클로자핀의 단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올란자핀은 D~1,2,3,4~, 5-HT~2,3,6~, 무스카린 M~1,2,3,4,5~, 그 밖에 α~1~, H~1~ 수용체에 결합한다. 다양한 수용체에 결합하는 특성은 클로자핀과 동일하나, D~2~ 수용체에 대한 결합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 클로자핀의 D~2~ 차단 정도가 통상 용량에서 약 40% 언저리이고 용량을 올려도 60%를 넘지 않는 반면, 올란자핀은 10mg/day에서 73%, 20mg/day에서는 76%에 달한다.[@kapur1998] 자연히 5-HT~2A~/D~2~ 비는 8.9 정도로 클로자핀의 45보다는 훨씬 작으며, 오히려 리스페리돈과 비슷하다.[@kusumi2015] 이렇다보니, 다수용체 길항제로서 클로자핀을 일부 계승하지만, 5-HT~2A~와 D~2~에 대한 작용은 리스페리돈과 유사한 약물인 셈이다.
올란자핀은 5-HT~2A~/D~2~ 말고도 다른 기전을 통해 비정형성을 지닌다. 우선 D~1~에 결합하는 성질을 통해 음성/인지 증상에 도움이 될 여지를 지니며, 동일한 D~2~ 수용체라도 흑질-선조체와 결절하저 경로 (A9)와 <s>중뇌변연계 경로(A10)</s>[^08-02-10]를 구별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훨씬 적다.[@stockton1996] 특히 프로락틴에 대한 효과에 있어서는 리스페리돈과 반대로 다소 낮추는 편이다.[@volavka2004]
[^08-02-10]: 중뇌의 도파민 분비 뉴런은 해부학적으로 세군데 위치해있다. 적색핵(red nucleus) 뒤쪽에 위치한 것은 A8, 흑질에 위치한 것은 A9, 그리고 배쪽 피개 영역에 위치한 것을 A10이라고 한다.
### 사용 요령
올란자핀의 권장 용량은 5\~30mg/day 이지만 한국에서 허가된 최대 용량은 20mg이다. 클로자핀과 리스페리돈이 기립성 저혈압때문에 초기 용량에 신경을 써야 하는 반면, 올란자핀은 진정 효과말고는 크게 우려할 부분이 없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에게 첫날 부터 5\~10mg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며, 많은 경우 20mg까지 증량하여 유지하는 편이다. CATIE 연구에서 집계된 올란자핀 평균 사용 용량도 20.1mg/day 였다.[@lieberman2005] 이처럼 고용량 혹은 빠른 적정이 크게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충동적/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급성 조현병 혹은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는 첫날부터 30\~40mg를 투여하다가 안정되면 조금씩 감량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brooks2008] 그러나 최근에는 점점 저용량을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kinon2008] 투여 횟수에서도 과거에는 하루에 두번 투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새는 하루 한번 투여가 보편적이다.[@takeuchi2015]
올란자핀 투여 초기의 중요한 부작용은 진정, 입마름, 변비, 기립성 저혈압, 식욕 증가 등이다. 올란자핀은 무스카린성 콜린 수용체를 강하게 차단하기 때문에, 항콜린 부작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상하게도 실제 임상에서는 리스페리돈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kennedy2000] 이런 차이는 실험실에서의 수용체 차단 정도와 실제 부작용 여부가 일치하지 않는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다. 한편 올란자핀의 H~1~ 결합력은 비정형 약물 중에서 가장 크며, 퀘타이핀과 맞먹을 정도의 진정 작용을 보인다. 그러나 클로자핀보다는 덜 졸린다고 인식되고 있다.[@miller2004] 추체외로 증상의 발현 위험은 현저히 낮으며, 리스페리돈이나 아리피프라졸처럼 좌불안석을 일으키는 경향도 없다.[@rummelkluge2012] 그러나 고용량이 되면 여전히 비정형성을 상실하는 경향을 보인다.[@sheitman1997]
올란자핀의 문제는 주로 체중 증가와 대사와 관련된 것으로, 환자의 33\~50%는 기저 체중의 7% 이상 증가한다.[@russell2001] 이제는 고전이 된 Allison 등[@allison1999]의 연구에서 표준 용량으로 10주 투여했을 때, 클로자핀에 의한 체중 증가가 4.45kg였는데 비해 올란자핀은 4.15kg으로 다른 어떤 항정신병 약물보다도 증가 폭이 컸다.
인슐린 저항성 및 당뇨병 발병빈도는 항정신병 약물을 한버도 사용하지 않은 초발 환자에서도 이미 높아져있기 때문에, 반드시 약물 때문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pillinger2017] 그러나 클로자핀과 올란자핀 사용 환자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던 환자에 비해서 당뇨병 발생률이 3배 이상 높아지며, 정형 약물을 사용한 환자에 비해서도 유의하게 발생률이 높아진다.[@hirsch2017] 특히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용량이 높아질수록 당뇨병 이환율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 같다.[@gianfrancesco2002; @ulcickasyood2011] 꼭 당뇨병에 이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올란자핀은 클로자핀을 포함한 다른 어떤 항정신병 약물에 비해서도 혈당을 올리는 효과가 컸다.[@zhang2017]
사정이 이렇다보니 2009년에 발표된 <s>PORT 지침서</s>[^08-02-11]에서는 클로자핀과 올란자핀을 첫번째 치료 약물로 쓰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kreyenbuhl2010] 특히 대사증후군에 민감한 초발 환자, 소아-청소년 환자에서는 올란자핀 사용이 부적절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2008년 발표된 <s>TEOSS 연구</s>[^08-02-12]에서는 올란자핀에 배정된 초발 환자군이 지나치게 체중이 증가하고 대사 지표가 악화되어 중간에 올란자핀 사용이 중단되기도 하였다.[@sikich2008] <br><br><br><br><br>
[^08-02-11]: **Schizophrenia Patient Outcomes Research Team (PORT) guideline**: 1992년 미국 국립 정신보건원 (NIMH)은 조현병을 비롯한 주요 정신질환 환자에게 양질의 표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PORT 연구를 발주하였다. 그 결과로 1998년 첫번째 PORT 지침이 발표되었으며, 이후 2003, 2009년에 각각 업데이트 되었다. PORT 지침은 비슷한 무렵 발표된 다른 지침서와 달리, 전문가의 견해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 연구결과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만들어졌다.
[^08-02-12]: Treatment of Early-Onset Schizophrenia Spectrum Disorders (TEOSS) study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연성 운동장애나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현저히 낮고, 프로락틴 혈증도 드물다. QTc 지연을 비롯하여 심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거의 없으며, 과다 복용시에도 의식 저하가 있을 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czekalla2001]
### 대사 과정
올란자핀은 간에서 두가지 경로로 대사된다. 첫번째는 <s>glucuronidation</s>[^08-02-13] 과정을 거쳐 10-N-glucuronide 혹은 4-N-glucuronide로 대사되는 것이요, 두번째는 CYP1A2에 의해 산화되어 N-desmethylolanzapine이 되는 것이다. [@ring1996; @callaghan1999] 따라서 CYP1A2를 억제하는 플루복사민과 함께 사용하면 혈중 농도가 증가하며, 흡연에 의해 농도가 감소한다. 만성 흡연자가 갑자기 담배를 끊었을 때 약물의 농도가 상승하는 것은 클로자핀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CYP1A2가 관여하는 것은 대사과정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약물 상호작용은 그리 심하지 않다고 보아도 된다. 반감기는 24\~36시간으로 하루 한번 투여로 충분하다.
[^08-02-13]: **Glucuronidation**: 처리해야할 화합물에 UDP-glucuronic acid에서 유래된 glucuronic acid를 결합시키는 과정. 이렇게 결합된 물질을 glucuronide라고 하는데 수용성이 대폭 증가되기 때문에 소변으로 배출된다. UDP-glucuronyltransferase가 담당한다.
주의할 것은 여성과 고령 환자에서는 올란자핀의 청소율이 25\~30% 정도 감소하며, 반감기도 50% 정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비록 이들에게서 부작용이 훨씬 빈번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고용량을 쓸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간기능이나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특별히 용량을 줄일 필요는 없다.[@callaghan1999]
### 주사제
올란자핀은 구강붕해형태인 Zyprexa Zydis® 외에도 바이얼에 든 파우더 형태의 근육주사 제제가 있다. 근육주사제는 신속한 행동조절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되며, 효과면에서 충분히 할로페리돌 주사제를 대체할 수 있지만 가격때문에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freeman2009]
이에 더하여 올란자핀 팔미테이트 형태의 4주에 한번 주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Zyprexa Relprevv®)가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경구제와 동등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었으나, 약 1% 미만의 환자에서 post-injection delirium/sedation syndrome (PDSS)을 일으킨다. 이는 갑작스레 심한 의식저하나 혼란, 말더듬, 운동실조증 등을 보이는 상태로, 대부분은 주사제 투여 1시간 이내에 일어난다. 아마도 근육주사 과정에서 활성 성분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바람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PDSS의 발생 위험때문에, 주사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적어도 2\~3시간 이상 적절한 교육을 받은 의료진에 의해 모니터링되어야 한다. 이는 외래에서 주사를 맞은 후 바로 귀가하지 못하고 관찰실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뜻으로, 환자 및 의료진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bushe2015]
## 퀘티아핀
### 개발 역사와 약물의 특성
퀘티아핀(quetiapine)은 dibenzothiazepine 유도체로서, AstraZeneca 사에서 1985년에 합성에 성공했으며, 1997년에 미국 FDA로부터 조현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아 Seroquel®이란 상품명으로 발매되었다. 특이하게도 퀘티아핀은 조현병 보다는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증에 효과적이었으며, 양극성 장애에 대해선 2003년, 주요 우울증에 대해서는 2009년에 FDA의 승인을 받았다.
퀘티아핀의 작용 기전은 잘 이해되고 있지 않다. 다른 비정형 약물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도파민, 세포토닌 수용체에 결합하지만, 5-HT~2A~/D~2~ 비는 2.6정도로 클로자핀, 리스페리돈, 올란자핀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kusumi2015] 특히 용량을 충분히 써도 D~2~ 차단율이 30% 정도에 머무르기 때문에, 클로자핀보다도 결합력이 낮다. 이 때문에 Kapur 등[@kapur2000]은 클로자핀과 퀘티아핀이 D2에 강하게 결합하더라도 신속하게 해리되기 때문에 비정형성을 나타내리라는 신속 해리 가설을 내놓기도 하였다. (6-3-3-1절) 그 밖에 α~1~,H~1~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과 진정 작용이 매우 크다. 대신 아세틸콜린 수용체에는 거의 결합하지 않는다.
퀘티아핀이 고유한 특성은 용량에 따라 수용체 프로파일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매우 낮은 용량 즉 50mg/day 이하에서는 α~1~과 H~1~ 수용체에만 결합하기 때문에 주로 진정작용을 보인다. 50\~300mg/day 범위에서는 좀더 범위가 확장되어 5-HT~2A,2C,7~ 수용체 길항 작용 및 5-HT~1A~에 대한 부분효현 효과를 통해 항우울 및 항불안 효과를 보인다. 용량이 더 올라가 300\~800mg/day 사이가 되면 D~2~에 대한 작용이 추가되면서 항정신병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퀘티아핀은 CYP3A4에 의해 N-desalkyl quetiapine (norquetiapine)으로 대사되는데, norquetiapine은 <s>노르에피네프린 운반체</s>[^08-02-14]를 차단하여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강한 항우울 효과를 보인다.
[^08-02-14]: **Norepinephrine transporter (NET)**: 노르에피네프린 뿐만 아니라 세로토닌, 도파민의 재흡수를 담당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면 주요 단가아민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이 증가된다. 이는 항우울 효과뿐 아니라 조현병의 음성/인지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퀘티아핀은 복용 후 2시간이면 최대 농도에 도달하고, 반감기는 약 6시간으로 짧은 편이다. 그래서 보통 하루에 두번 투여되나, 진정작용때문에 취침 전에 한번 투여하는 경우도 많다. 두가지 투여 방법을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도, 치료 효과에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chengappa2003] 하지만 제약사는 2006년에 서방형인 Seroquel XR®을 출시하였다. Seroquel XR®은 하루 한번 처방으로 족하며, 조현병의 급성기 및 유지치료에 효과를 인정받았다. 특이한 것은 주요 우울증의 치료에 있어서, 원래 제형이 아니라 Seroquel XR®만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bauer2009]
### 효능과 오프라벨 사용
조현병에서의 퀘티아핀의 효과는 좀 애매한 편이다. 물론 위약에 비해서 효과적이라는 것은 임상 시험을 통해 확인되었으나, 다른 약물에 비해 큰 장점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오히려 양극성 장애의 치료에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sanford2012], 오프라벨로 널리 사용된다. 퀘티아핀이 주요 우울증에 사용허가를 받았고, 우울증이라는 것이 워낙 경계가 모호한 진단인지라, 묘하게도 퀘티아핀은 가장 빈번하게 처방되는 항정신병 약물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어 퀘티아핀 매출의 ¼ 가량은 25mg 제형에서 나오는데, 이 제형은 수면 유도 효과 이외에는 항우울 효과도 항정신병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즉 퀘티아핀의 가장 빈번한 용도가 단순한 불면증이었다는 뜻이다.[@brett2015][^08-02-15] 게다가 다른 항정신병 약물과 달리 퀘감이나 안정감을 위해 불법 남용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kim2017][^08-02-16]
[^08-02-15]: 불면증에 퀘티아핀을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소량의 퀘티아핀으로도 강력한 수면 유도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벤조디아제핀에 듣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karsten2017] 하지만 Z-drug과 달린 아침에 hangover 위험이 크며, 내성이 생겨서 점점 더 필요 용량이 올라갈 수 있다. 용량이 수백 mg에 이르게 되면 체중 증가/대사증후군 등 각종 부작용이 문제를 일으킨다.[@anderson2014]
[^08-02-16]: 이러한 사정 때문에 AstraZeneca 사는 지나친 오프라벨 사용을 묵인하거나 암암리에 조장했다는 이유로, 2010년 5억불 가까운 벌금을 내야만 했다.[@tanne2010] 허가받지 않은 사용으로 인해 상당수의 사용자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lee2018; @papazisis2012]
### 부작용
2011년 미국 FDA는 제약사로 하여금 퀘타이핀의 약품 설명서에 QTc 연장으로 인한 Torsade de Pointes 발행 위험에 대한 경고문을 넣으라고 지시하였다.[@hasnain2014] 비록 제약사와 개인 연구자들의 검토에 의해서, 퀘티아핀이 다른 항정신병 약물보다 특히 더 QTc 연장 효과가 강하지는 않다고 판단되었으나, 위험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QTc 를 연장시킬 수 있는 다른 약물을 투여받고 있는 노인 환자나, 불법 남용 환자, 실수로 혹은 고의로 과다 복용한 환자들에서는 현실적인 위험이 있다.
퀘티아핀의 다른 부작용으로는 진정 작용을 비롯하여, 입마름, 변비,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며, 특히 노인에게 고용량 투여하면 진정 작용과 기립성 저혈압이 합쳐져 낙상을 유발할 수 있다.항콜린 효과가 없는데도 입이 마른 것은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통한 것이다. 추체외로 증상 및 프로락틴 증가 효과는 거의 없으며, 체중 증가를 비롯한 대사 부작용은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 중 중간 수준이다.
## 지프라시돈
### 개발 역사와 약물의 특성
지프라시돈(ziprasidone)은 아리피프라졸보다 1년 앞서 2001년에 미국 FDA로부터 조현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지프라시돈은 benzisothiazolylpiperazine 유도체로 리스페리돈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1985년에 Pfizer 제약에서 처음 합성되었다.[^08-02-17] <br><br><br><br><br><br><br><br>
[^08-02-17]: Stahl은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들을 **"the pines, the dones, two pips and a rip"**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pines"**는 clozapine, olanzapine,quetiapine, asenapine이며, **"dones"**는 risperidone, paliperidone, lurasidone, iloperidone, ziprasidone이다. 이외에 **"pips"**는 aripiprazole, brexpiprazole을 가리키며, **"rip"**은 cariprazine이다.
지프라시돈은 D~2~를 차단하고 5-HT~2A~에는 역 효현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서 여타의 비정형 약물과 다를 바 없다. 5-HT~2A~/D~2~는 31 정도로 클로자핀에 의해 두번째로 크다.[@kusumi2015] 이 때문에 전전두엽에서 도파민 분비를 늘려 음성/인지 증상에 효과를 나타내며, 추체외로 증상이 적고 프로락틴 혈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지프라시돈이 기존 약물과 차별화되는 점은 5-HT 수용체에 대한 좀더 복잡한 작용이다. 지프라시돈은 아리피프라졸처럼 5-HT~1A~에 효현제로 작용하며, 5-HT~1C~ 및 5-HT~2D~에는 길항제로 작용한다. 후자의 기전은 모두 단가아민의 분비를 늘려 인지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며[^08-02-18], 5-HT~1A~에 대한 작용은 부스피론과 동일하게 항불안 작용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운반체를 차단하므로, 항우울제로서의 특성을 지닌다.[@schmidt2001; @stahl2003]
[^08-02-18]: 5-HT~1D~ 길항효과를 통해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항우울제인 vortioxetine와 동일하다.
지프라시돈의 수용체 프로파일은 부작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α~1~, H~1~, 무스카린 M~1~ 수용체에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도 항콜린 효과도 적으며, 무엇보다도 체중 증가 위험이 별로 없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H~1~ 수용체 결합력은 낮으면서도, 진정과 수면 유도 효과는 강한 편이다. 아마도 세로토닌 시스템에 대한 작용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프라시돈의 유효 용량은 80\~160mg/day이며, 반감기가 7시간 정도로 짧아 하루 두번 처방한다. 특이하게 식사가 약물 흡수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식후 1시간 이내에 투여하면 50% 이상 흡수가 증가된다.[@gandelman2009] 역으로 말하면 공복 시에는 그만큼 흡수가 안 된다는 뜻으로, 이는 용량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지프라시돈의 치료 효과는 여타의 비정형 약물의 패턴을 답습하여, D~2~ 수용체를 65\~80% 정도 차단할 때 최대가 된다. 이는 적어도 120mg/day 이상의 용량을 사용할 때 도달하며, 용량 설정의 기준이 된다.[@mamo2004] 약품 설명서에 따르면 첫날은 20mg을 하루 두번(40mg/day) 투여하지만, 이틀 내에 유효 용량인 80mg 하루 두번(160mg/day)까지 증량한다. 이렇게 빨리 증량하는 것은, 기립성 저혈압 등 빠른 증량을 막아서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급성 조증 삽화를 겪는 환자의 경우에는 첫날부터 40mg 하루 두번(80mg/day)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보통 120\~160mg/day는 써야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며, 오히려 낮은 용량을 썼을 때 효과 부족때문에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높아진다.[@arango2007] 문헌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120mg/day 이하의 어중간한 용량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joyce2006] 심지어 초회 용량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사용했느냐에 따라서 1년 후의 치료 성과가 달라지기도 한다.[@mullins2006] 경우에 따라선 160mg/day 이상의 높은 용량을 써서 더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citrome2009]
### QTc 연장
애초에 지프라시돈의 최대 용량이 160mg/day로 정해진 것은 QTc 연장 위험을 고려해서였다. 원래 지프라시돈은 1997년에 신약 신청이 이루어졌으나, FDA는 QTc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더 상세한 자료를 요청했고, 이 때문에 승인이 2001년으로 미루어졌다.[^08-02-19] 실제로 지프라시돈은 용량 의존적으로 QTc를 연장시키며, 그 비율은 혈중 농도가 100ng/mL 상승할 때마다 6msec 정도이다.[@camm2012]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용량을 40, 160, 320mg/day 사용했을 때 평균 QTc 연장은 각각 4.5, 19.5, 22.5msec 이었다.[@miceli2010] 이 정도의 QTc 연장은 다른 항정신병 약물에 비해 별로 다르지 않으며, 60ms 이상 QTc가 연장되는 환자는 1% 미만으로, 이게 문제가 되어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camm2012]
[^08-02-19]: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항정신병 약물인 sertindole이 FDA 승인을 받은 지 2년만에 허가가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Sertindole이 QTc 간격을 연장시키고, 돌연사 위험을 높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지프라시돈 투여 환자 중에서도 돌연사가 보고되었고, FDA는 sertindole의 뼈아픈 전례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FDA 허가 이전에는 지프라시돈과 돌연사의 관련성이 제기되었으나, 18개국에서 20,000명 가까운 사례를 조사한 사망 사례 연구[^08-02-20]에서 올란자핀과 비교하여 사망율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strom2011] 따라서 160mg/day 보다 더 고용량을 사용한다고 해도, QTc 연장에 의한 부정맥 위험은 크게 높지 않다. 이러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제약사는 최대 용량을 높이기 위해, 320mg/day 투여군과 160mg/day 투여군을 비교하는 임상 시험[^08-02-21]을 진행하였다.[@goff2013] 그러나 두 군간에 유의한 치료 성과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고, 고용량 군에서 혈압이 높아지고 음성 증상이 더 심하며, QTc 연장 폭이 더 커진다는 것만 확인하였다. 제약사는 이후 더 이상 고용량 투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식사 여부와 흡수 효율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용량과 혈중 농도의 관계가 매우 들쑥날쑥하며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여의치 않다면 충분히 고용량을 써볼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08-02-20]: Ziprasidone Observational Study of Cardiac Outcomes (ZODIAC) 연구
[^08-02-21]: The ZEBRAS study
### 대사와 부작용
지프라시돈의 대사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1/3 정도는 CYP3A4, 1A2 등에 의해 산화되지만, 2/3은 알데히드 산화 효소(aldehyde oxidase)를 통해 dihydroziprasidone이 된다. Aldehyde oxidase를 통해 분해되는 약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중요한 약물 상호 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연령과 성별에 따른 대사의 차이는 미미한 것으로 보이지만, 간 기능 부전 환자에서는 용량을 줄여야 한다. 신 기능 부전환자에서는 용량 조절이 필요없다.
지프라시돈과 관련된 부작용으로는 진정 작용이 가장 많고, 추체외로 증상, 구역/구토, 변비 등이다. 간혹 피부발진이 일어나는데, 2014년 미국 FDA는 전신에 번지는 심한 <s>피부 발진</s>[^08-02-22]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약품설명서에 추가하라고 지시하였다. 체중 증가, 당뇨병 위험 및 프로락틴혈증의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체중 및 대사 증후군때문에 약물을 교체해야 할 때 맨 먼저 선택되는 약물 중 하나이다. 독특한 부작용 중 하나는, 투여 초기에 발현되는 불면이 동반되는, 안절부절못함, 초조, 불안 현상이다. 마치 아리피프라졸을 처음 투여했을 때와 흡사한 상황인데, 이 역시 도파민 분비 증가에 의한 활성화 현상인지 좌불안석의 하나인지 해석이 애매하다. 이 현상은 오히려 초회 용량을 낮게 잡았을 때 더 흔하며, 120mg/day 이상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초회 용량이 어중간할 때 탈락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일부 설명해주는 것으로 보인다.[@arango2007; @weiden2002] 한가지 설명은, 용량이 어중간하게 낮으면 D~2~ 차단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5-HT~2C~ 차단이 거의 완전하게 일어나면서, 단가아민 분비가 현저히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pozzi2002]
[^08-02-22]: Drug Reaction with Eosinophilia and Systemic Symptoms (DRESS)
지프라시돈은 빠른 증량이 가능하고 사소한 부작용도 적은 편이기 때문에,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양극성 장애 조증 삽화 환자에게 손쉽게 쓸 수 있는 약이다. 근육 주사도 있어서, 급격히 흥분한 환자에게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장기간에 걸쳐 보았을 때 대사 부작용이 거의 없고, 음성/인지 증상에 효과적이며, 우려했던 심장에 대한 악영향도 임상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이렇게 많은 장점을 구비한 약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제약사의 소극적인 홍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의사들의 공통적인 인상은 다른 비정형 약물에 비해 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komossa2009] 몇 가지 약물비교연구에서 PANSS 등으로 측정한 호전 정도는 물론, 효과 부족으로 인한 중도 탈락률도 지프라시돈에 불리한 결과를 보였다. 가장 최근에 보고된 초발 조현병 환자에서의 치료 효과 연구에서도, 퀘티아핀에 이어 두번째로 중도 탈락률이 높았다.[@gómezrevuelta2020]
## 아미설프라이드
### 개발 역사와 약물의 특성
아미설프라이드(amisulpride)는 우수한 효과와 장점에 비해 턱없이 저평가된 약물이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FDA에서 조현병에 대한 아미설프라이드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08-02-23] 이는 효과 부족이나 안정성 문제보다는, 경제적 원인이 크다. 애초에 아미설프라이드의 원조격인 설피라이드가 FDA의 허가를 받은 적이 없고, 설피라이드와 아미설프라이드 모두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사용되었다. 아미설프라이드를 제조, 판매하는 Sanofi-Aventis 사는 1998년에 FDA에 신약 신청을 한 적이 있으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회하였고, 이후 2008년 물질특허가 끝나면서 더 이상 신약신청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렸다.
[^08-02-23]: 미국 FDA는 2020년 정맥 주사 형태의 아미설프라이드를 수술후 구역/구토 예방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하였다.
아미설프라이드는 설피라이드로부터 명맥을 이어온 substituted benzamides 계열의 약물이다.[@vardanyan2016] 아미설프라이드는 시냅스전 D~2,3~ 자가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낮은 용량에서는 도파민 활성을 올려주기 때문에, 조현병의 음성/인지 증상뿐 아니라 주요우울증 환자의 우울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용량이 높아지면, 시냅스 전 수용체 뿐 아니라 시냅스 후 D~2~ 수용체들도 차단되기 때문에 다른 항정신병 약물과 유사한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임상 시험에 사용된 용량도 환자군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재발한 급성 조현병 환자에게 사용할 때는 400\~1200mg/day 범위에서 투여되는 반면[@peuskens1999; @carrière2000], 음성 증상을 주로 보이는 만성 환자에게 쓸 때는 50\~300mg 정도를 사용한다.[@danion1999] 급성 증상에 대한 효과는 리스페리돈, 할로페리돌, flupenthixol 등에 비교하여, 전혀 열등하지 않은 효과를 보였다. 사실 비정형 약물이라고 해도 음성 증상에 대한 효과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은 편인데, 아미설프라이드는 음성 증상을 주로 보이는 환자에게 있어서 위약과 비교해서 확연한 증상 호전을 보였으며, 정형 약물과 비교했을 때도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 특히 이러한 음성 증상에 대한 효과는 양성 증상에 대한 효과와는 별개였기 때문에, 음성 증상 자체에 대한 효과로 간주되었다.[@curran2001]
### 비정형성
아미설프라이드의 비정형성은 5-HT~2A~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D~2~와 D~3~에 강력하게 결합하며, 이와 대조적으로 5-HT 수용체, 히스타민 수용체, α/β 아드레날린 수용체, 무스카린 수용체에는 결합하지 않는다. 통상 용량인 400\~1200mg/day 범위에서 D~2~를 70\~80% 차단하며, 그 이상의 용량에서는 D~2~ 차단률이 높아지면서 추체외로 증상이 나타난다. 100mg이하의 낮은 용량에서는 D~2~ 차단률이 1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martinot1996] 아미설프라이드는 낮은 용량에서 시냅스 전 도파민 자가수용체를 차단한다는 특징이 있지만, 시냅스 후 도파민 수용체에 대해서도, 선조체 수용체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변연계의 수용체만 차단하는 지역선택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이 5-HT와는 상관없이 비정형성을 나타내는 근거라고 하겠다.[@perrault1997] 5-HT에 대한 유일한 효과는 5-HT~7~의 길항제라는 것인데, 이는 아리피프라졸을 위시한 3세대 항정신병 약물의 공통점이다. 이 효과 역시 단가아민 분비를 늘림으로써 음성/우울 증상 개선에 일조한다.[@abbas2009]
아미설프라이드의 D~3~ 길항작용은 아리피프라졸과는 반대로, 병적 도박이나 성행위 중독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아직 본격적으로 연구되지는 않았으나, D~3~ 효현제는 Iowa Gambling Task[^08-02-24]에서 고위험/고배당인 선택을 하게 만들고, 길항제는 좀더 안정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barrus2016; @diciano2015]
[^08-02-24]: Iowa Gambling Task: Iowa 대학 심리학과의 Antoine Bechara 등이 만든 검사이다. 컴퓨터 화면에 서로 다른 배당률을 지닌 카드가 보여지고, 피검자는 이를 선택하여 도박을 한다. 도박 중독자는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분명한데도, 당장 큰 돈을 딸 수 있는 위험률이 높은 카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brevers2013]
### 효과의 재평가
아미설프라이드의 효과에 대한 관심이 불거진 것은 2008년 발표된 <s>EUFEST</s>[^08-02-25] 임상 시험 결과가 계기가 되었다.[@kahn2008] 유럽판 CATIE 연구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연구에서는 아미설프라이드를 비롯하여 할로페리돌, 올란자핀, 퀘티아핀, 지프라시돈이 무작위 배정을 통해 비교되었는데, 1년의 연구기간 동안 원인 불문하고 중도 탈락한 비율이 올란자핀과 더불어 가장 낮았다. 더불어 증상이 50% 이상 호전된 반응군의 비율도 올란자핀과 함께 가장 높았다.[@boter2009] 최근에 이루어진 <s>OPTIMISE</s>[^08-02-26] 연구에서도 아미설프라이드를 4주 사용했을 때 반응군의 비율이 56%에 이르렀다. 4주 내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추가로 6주간 아미설프라이드 연장 사용과 올란자핀 교체를 시도하였는데, 두 군간에 반응군 비율에 있어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kahn2018] 이 연구의 저자들은 대사증후군의 염려가 없는 아미설프라이드를 1차 치료로 선택하고, 여기에 반응하지 않으면 다른 비정형 약물을 시도하는 대신 클로자핀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었다. 조현 스펙트럼 장애 환자에 대한 아리피프라졸, 올란자핀, 아리피프라졸의 효과와 안정성을 직접 비교했던 BeSt InTro 연구에서도, 52주 치료 후에 PANSS 호전 정도가 세 약물 중에서 아미설프라이드가 가장 높았다.[@johnsen2020]
[^08-02-25]: European First-Episode Schizophrenia Trial (EUFEST)
[^08-02-26]: Optimization of Treatment and Management of Schizophrenia in Europe (OPTIMISE)
2019년에 Lancet 지에 발표된 32개 항정신병 약물을 비교한 메타 분석에서, 아미설프라이드는 클로자핀에 이어 두번째로 효과가 우수한 약물로 손꼽혔고, 중도 탈락 비율도 모든 비정형 약물 중에서 가장 낮았다.[@huhn2019] 아미설프라이드가 치료저항성 환자에게 특별히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없으나, 아리피프라졸과 함께 클로자핀 저항성 환자에게 가장 많이 병용 투여되는 약물로 꼽힌다.[@zink2004; @barnes2018][^08-02-27]
[^08-02-27]: 2017년에 클로자핀 치료저항성 환자에서 아미설프라이드 병용 투여의 효과를 위약 병용투여군과 비교하는 Amisulpride augmentation in clozapine-unresponsive schizophrenia (AMICUS) 결과가 발표되었다. 반응군으로 전환될 오즈비가 1.17로 아미설프라이드군이 약간 우수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barnes2017]
### 부작용
많은 의사들이 아미설프라이드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체중 증가나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거의 없고, 프로락틴 증가 이외에는 다른 부작용도 매우 적다는 데 있다. 크게 졸리지도 않을 뿐더러, 인지 기능을 방해하는 효과도 없고, 오히려 저용량에서는 음성/인지/우울 증상에 효과적이다. 간에서 거의 대사되지 않은채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약물 상호작용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용되지 않는 탓인지, 임상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유럽 의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편애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스페리돈보다는 덜 하지만, 올란자핀, 퀘티아핀에 비해서는 진전, 경직, 좌불안석 등 추체외로 증상을 더 자주 일으킨다. 불면, 불안을 유발할 수 있으며, 프로락틴 상승으로 인해 유즙 분비, 무월경, 여성형 유방, 유방통, 발기부전, 불감증이 빈번하다.[@leucht2002]
아미설프라이드의 또 다른 한계는 뇌-혈관 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역가 약물이 아니면서도, 투여 용량이 매우 높다. <s>수술후 구토</s>[^08-02-28]를 막을 때는 정맥 주사를 사용하는데, 이 때 사용 용량은 5mg 미만으로 조현병 치료에 사용하는 용량에 비해 턱없이 낮다.[@zhang2020]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메칠기를 붙인 아미설프라이드(LB-102)를 개발 중이다.[@grattan2019]
[^08-02-28]: 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ing (PONV)
## References {.unnumbered}